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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YKBH 회장의 이력은 독특하다. 육사 출신으로 국정원에서 26년 동안 근무하다 셀트리온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미래 식량전쟁에 대비해 해외에 대규모 농장을 건설하는 일을 맡았다. 그 인연으로 현재 사단법인 해외농업개발협회 부회장으로도 일하고 있다.
러시아 사업도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대규모 해외농장을 알아보면서 러시아에 관심을 갖게 됐고, 마피아를 통하지 않고서는 사업을 할 수 없다는 `마피아의 나라`에서 보란 듯이 성공했다. 김 회장은 지난 6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기자와 만나 "러시아는 정부와 결탁한 마피아가 모든 사업 분야를 장악하고 있고 정부 관계자를 만나려해도 브로커에게 면담비를 찔러줘야 할 정도로 부패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비리 청산을 내세워 재집권한 뒤 무능한 행정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러시아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동안 단 한 푼의 뇌물도 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알 정도로 그의 회사는 러시아 현지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기업이 러시아 극동에 드디어 투자를 시작했다"고 러시아연방TV인 러시아24 뉴스가 보도했을 정도다.
모회사 역할을 하는 한국법인인 YKBH는 스카이코리아 등 유기농·친환경 주방세제 원료를 한국에서부터 수입해 러시아로 보낸다. 그러면 YKBH의 100% 자회사인 VPK가 포장 작업을 거쳐 현지 유통업체에 세제를 납품한다.
이 외 러시아 지역 건설과 유통, 투자 등에 대한 행정 및 법률 컨설팅, 마케팅을 맡고 있다. 국내 업체의 러시아 진출을 위한 각종 인허가와 통관 및 수출을 대행하는가 하면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및 선도개발구역에 대한 투자유치와 직접투자도 한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주도 아래 극동지역에 경제자유구역을 만들어 자국 경공업·소비재 산업을 발전시키고 해외 기업을 적극 유치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한 기업들에게 각종 세제 혜택을 줘 푸틴 대통령의 `동방정책`으로도 불린다.
이에 따라 러시아 연방정부는 장관급 관할 부처인 극동연방개발부를 통해 선도개발구역이란 경제자유구역을 만들었고, 주정부는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이란 경제특별구역을 만들었다. VPK는 한국기업으론 유일하게 자유항 회원 자격을 갖고 있다.
지난해 설립한 이노캠 역시 YKBH의 100% 자회사로, 선도개발구역 내 자리했다. YKBH는 이노캠을 통해 이곳에 신개념의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올해 말이면 산업단지가 완공돼 허허벌판이던 이 곳에 전기, 가스, 용수, 아스팔트, 철도 등이 들어온다.
김 회장은 "러시아 정부가 소정의 수수료만 내면 70년 동안 사업이 가능하도록 임대해준 곳"이라며 "이런 `대박` 조건을 한국 기업들은 잘 모른다. 현재 러시아는 해외 기업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이를 한국 기업이 이용해야 하는데 아직도 중국시장만 바라보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특히, 러시아 유통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회사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며 "경공업 소비재 제품은 대부분 유럽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 정부가 나서서 산업단지와 특구를 만들어 기업을 격려하고 있다. 이는 1억5000만명의 소비자를 얻는 대규모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러시아는 중국·일본과 국경 문제를 겪고 있고 EU(유럽연합)의 제재로 유럽 제품에 대한 러시아 소비자의 거부감 역시 커졌다. 반면, 러시아에 K팝 등 한류가 불면서 한국 물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한국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러시아가 `노(No) 비자` 최혜국대우를 해주는 게 바로 한국이다.
러시아에 화장품을 수출하는 Cell`ebrity란 업체도 주목 받고 있다. 러시아 현지법인으로 한국 화장품을 러시아 수출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유통업체가 아닌 피부관리실을 통해 판매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한국 중소기업 제품을 까다로운 검열을 거쳐 수입한다.
김 회장은 "러시아는 피부과 의사가 마사지숍이나 피부관리실을 직접 운영한다. 아파트 단지마다 숍이 있을 정도로 피부와 화장품에 대한 관심도 높다"며 "다만, 유럽 제품이 대부분이라 한국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 따라서 유통 체인이 아닌 피부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수입할 한국 화장품을 선정할 때도 200여개의 샘플을 가져와 이들이 직접 고르게 했다"고 말했다.
Cell`ebrity는 바이온셀의 라다메르 등 피부숍을 통한 국내 화장품 판매 외에도 쿤달샴푸를 러시아의 대표적인 대형마트인 메트로에 입점시키며 국내업체의 해외진출을 돕고 있다.
김 회장은 "중소·중견기업이 직접 해외 유통업체를 상대하는 덴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수출을 중개해주는 회사가 없다"며 "예전에는 대기업이 상사를 운영하며 무역회사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제조업체가 자사제품 위주로 직접 해외에 나가는 식이니 작은 기업은 힘들다.
`러시안 리스크`를 얘기하지만 해외 사업이 쉬운 경우는 없다. 위험국 이미지를 버리고 러시아 사업에 도전하면 인허가·통관·유통·언어장벽 등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남북경협 분위기와 관련해 "북한을 그동안 가장 많이 지원한 국가 중 하나가 러시아일 정도로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는 우호적"이라며 "북한이 바뀌면 협력이 가능하다. 러시아 극동 개발에 대한 한국의 역할론이 커지는 이유"라고 전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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