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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진출, 바뀐 행정시스템 활용을” 김광호 YKBH 회장 “러시아 리스크 편견 여전”…2012년 후 행정쇄신
등록일
2019.11.21

“우리는 여전히 2012년 이전 방식으로 러시아를 들어가려 합니다. 누가 안내를 해줘야 들어가려고 합니다.”

김광호 YKBH 회장은 한러비즈니스협의회와 사단법인 유라시아21이 27일 공동으로 개최한 유라시아 비즈니스인사이트 9월 조찬세미나에서, 2012년 이후 러시아 행정시스템과 공무원들의 태도가 크게 달라졌지만 한국기업들은 아직 이런 변화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에서 임원 등을 역임한 김광호 회장은 러시아 파트너와 동업으로 사업을 시작한지 6년째다. 사업 시작 전에도 다른 기업들과 손잡고 러시아 진출 등을 모색하며 다양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현지 사업의 어려움을 체감해 본 경험이 있다. YKBH는 한국의 주방세제를 러시아에서 판매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그 외에 여러 자회사를 거느리고 한국의 화장품을 현지의 피부관리숍에서 시연하고 판매하는 사업과 부동산 개발사업 등을 하고 있다.

김 회장 역시 과거에는 “부패하고 투명성이 낮은 러시아”라는 인식에 걸맞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현지에서 주지사를 만나고자 했는데 에이전트 회사를 통해야 했고, 에이전트 회사는 면담비로 30만달러를 요구했다. 그러나 주지사를 만난 이후에도 투자는 제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에이전트 회사들이 다 없어졌다”고 한다. 대신, 지금은 투자에 관련한 질문사항이 있을때 이메일만 보내면 연방정부의 담당 국장을 직접 만나 상담할 수 있다. 김광호 회장은 “2012년 이전의 러시아”와 “2012년 이후”가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2010년대 들어 러시아가 다양한 분야에서 행정을 쇄신하고 공공분야 개혁을 도입한 결과다. 행정의 많은 부분이 공개되고, 공무원들이 투자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광호 YKBH 회장은 한국기업들이 투명해진 러시아의 행정과 달라진 공무원들의 태도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한국기업들은 아직도 2012년 이전의 러시아를 떠올리며, “러시아 리스크”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지만, 김 회장은 오히려 러시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법적으로 안정성이 있어서 사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평가한다.  



◇러시아는 사회주의 국가 아냐=김 회장은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의 러시아 진출을 지원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또 국내 기업의 제품을 러시아로 판매하는 일을 하다보니, 다양한 중소기업과 접촉하며 사업방안을 타진해본 경험도 적지않다.  

그런데 많은 한국기업들은 “공무원을 만나서 직접 상담하려고”는 하지 않으면서 아직도 에이전트들을 찾고 있는데, 요즘 현지 에이전트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실력이 부족하고 비용은 비싸, 일이 잘 진행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고 김 회장은 보고 있다.

잘 모르는 외국에 진출할 때 이런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김 회장은 “기업들이 러시아 관련 실무자를 키우려는 생각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어를 해야 하고, 현지 법규와 현장 파악 등을 해야 한다. 자체적으로 인력을 뽑고 사업을 추진해 나가야 하는데, 이런 면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문제는 아직도 러시아가 사회주의 국가라고 잘못 생각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점이다.

김 회장은 러시아에서 땅을 매입해 공장을 짓거나 개발사업을 하는 등 부동산업을 직접 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러시아가 농지와 국경에 인접한 지역을 제외하면 토지의 소유권을 외국인에게도 넘겨주기 때문이다. 지금도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이나 중국은 토지를 직접 소유할 수 없어 기간을 정해 임대해야 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완전한 자본주의 국가여서 농지와 국경에 인접한 지정된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토지를 매입할 수 있다.

김 회장은 베트남의 부동산 가격이 한국의 1985년 당시 만큼 급등하고 있다는 분석결과를 언급하며, 블라디보스토크의 가격 상승세가 베트남 수준이라고 말했다. 도심지부터 주변지역까지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수조원의 외국자본이 있었다. 90%가 중국과 일본의 자본이며, 최근에는 베트남과 싱가포르 기업들도 블라디보스토크 지역에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기업의 이 지역 투자는 여전히 1% 미만이다. 김 회장은 최근 블라디보스토크 부동산 시장상황을 고려한다면, 러시아 진출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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